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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주)이 노조원들을 회유·압박해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려고 하는 등 조직적인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사실이 내부 문건으로 밝혀졌다. 그제 폭로된 동서발전 일산열병합발전처의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해 11월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3개월 전부터 회사에 우호적인 직원에게는 투표 참여를, 탈퇴에 반대하는 직원에게는 투표 불참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투표 직후 회사 측이 몰래 투표함을 열어보려다 선관위원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내용도 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일산열병합발전처 노무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문서일 뿐, 회사에 보고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드러난 노조 와해 공작 실태는 지금이 5공시대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노조원들의 성향 분석에서부터 회사 간부를 동원한 노조원 회유, 어용노조 결성 배후 조종 등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노조 파괴 공작이 재연됐다. 특히 회사 측은 민주노총 탈퇴 찬성 노조원은 (겉과 안이 모두 흰) 배로, 민주노총 탈퇴 적극 반대는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로,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조합원은 사과로 표시하는 등 노조를 불온시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같은 노조 파괴 공작은 탈퇴가 부결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회사 측은 투표 부결 이후 민주노총 탈퇴에 반대한 노조원에 대해 기피 보직을 주거나 포상 등 인센티브에서 철저히 배제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도 “여기서 중단하면 지금까지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며 “다음 단계를 준비해 꼭 민주노총을 탈퇴토록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한다.

우리는 동서발전의 노조 파괴행위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고 확신한다. 현 정부는 ‘공공부문 선진화’ 등을 앞세워 끊임없이 노조 길들이기를 꾀해왔다. 지난 2009년 말 철도노조 파업 때도 비슷했다. 회사 측이 간부를 총동원해 노조원들을 회유한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고, 파업 이후에는 마구잡이 징계로 노조를 옥죄었다. 그러나 당국은 이를 제재하기는커녕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로 선정, 다른 공기업에 본받으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노조뿐 아니라 사용자의 부당행위도 엄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노동부는 즉시 진상 조사에 나서 노조 탄압의 실태를 밝혀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노동적 노동부라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