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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노조 조합원과 간부가 꼭 읽어야 할 글

화이부동 2011.01.04 조회 수 4485 추천 수 0

※이 글은 민주노총 홈피에서 퍼온 글입니다.

 

 

2010년 11월3일 KEC공장에서 체포돼 12일 이곳 김천소년교도소에 수감됐다.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 과정에서도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동지들이 보내준 책을 보면서 또다시 가슴이 답답하다.

 

악순환의 반복, 무기력한 노동조합의 대책 없는 투쟁.

 

2001년 울산의 효성과 태광은 정리해고 협박과 구조조정에 노동조합이 박살났다. 2005년 코오롱도 똑같은 방식으로 무너졌다. 2001년 (주)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 투쟁은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분열의 아픔을 남겼다. 지금 울산 현대차에서도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명박정권 들어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극에 달하면서 우리는 노동조합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직 대표나 활동가를 자처하는 모든 이들은 마이크만 잡으면 “단결”을 부르짖는다. 투쟁하는 동지들도 목이 터져라 “단결”을 외친다. 처절히 짓밟히고 깨지면서 우리가 평소 수백번 말한 “단결”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박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절박하지 않은 노동자 특히 정규직 노동자는 절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 있게 단언하는 것은 저도 정규직 노동자로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직접 당하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과 정권이 우리를 바보 취급하는 것은 우리가 정말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묻고 싶다. 노동조합 주인은 조합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은 과연 주인을 위하는 선택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노동운동을 수 십년 했다고 자처하면서 일상적 틀에만 갇혀 단순히 사고할 뿐 멀리 내다보며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해온 방식이 번번이 깨지고 박살이 나는데도 그것만 얘기한다. 노동조합이 박살나고 조합원들이 등을 돌려도 원인을 분석하고 평가하거나 발전적 비판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노동자들 투쟁에 용역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비웃는 소리를 들었다. “민주노총 집회 한다고 누가 겁낼 줄 아냐? 몇 명 오는데? 한 500명 오나?”, “야야, 노동자들 목소리만 컸지, 별것 아니야. 오히려 농민들이 무서워. 그 양반들은 술 한 잔 먹으면 무슨 짓 할지 모르니까.”
 
용역과 충돌해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깨져도 벌금은 우리가 맞는다. 폭력경찰이 용역편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경찰에게 하소연한다. 용역깡패가 경찰에게 “형님”하며 인사하는 현실에서도 우리는 법에 호소한다. 용역이 다시 나타나지 못한 사업장은 법에 호소하지 않았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틀에 박힌 안이한 태도를 고쳐야 한다. 적당히 흉내내는 투쟁은 그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단식, 고공농성, 점거... 그냥 한 번 해보는 형식적 투쟁은 안하느니보다 못하다. KEC 점거투쟁도 점거만 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본과 정권의 악랄함과 치밀함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데 우리 투쟁은 저들 손바닥 안에서 헤맨다. 백전백패!
 
학습은 책만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뼈를 깎는 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누구 탓 운운하는 마녀사냥은 우리를 더 구렁텅이로 내몰 것이다. 지금 위기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해봤다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변명, 자만, 위선, 안위, 욕심을 버려야 단결할 수 있다.
 
‘우리’가 무너지고 없다면 ‘내’가 설 자리도 없을 것이다. 진정성 없는 노조활동은 노동자를 감동시킬 수   없다. 감동이 없으면 단결도 없다. 정말 더 늦기 전에 노동자가 진정으로 하나되는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
 
                                               2010년 12월 9일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최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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