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을 뚫고 지하철은 어김없이 달린다. 시베리아 벌판처럼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꼭두새벽에 누가 지하철을 탈까싶어도 들어서면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출근시간이나 낮 시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친 몸을 좌석에 던진 채 한결 같이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거의 50~60대다. 어쩌다 눈에 띌까 말까하는 젊은이들은 건설현장으로 간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설 노동자들이다. 초췌한 얼굴과 초라한 행색이 그들의 고달픈 삶을 말하고도 남는다.

 

지하철이 도심지로 달리며 그들을 차례로 내려놓는다. 빌딩, 학교, 병원, 아파트 단지가 그들을 소리 없이 빨아들인다. 그들은 밤새 어지러워진 도시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도시의 아침을 연다. 남들이 한창 출근을 준비할 시간에 층계를 오르내리며 끊임없이 쓸고 닦는다. 그들이 남의 눈을 피해 승강기, 복도, 사무실, 그리고 화장실 청소를 끝낸 다음에야 도시는 출근이 시작되어 하루의 활기를 찾는다. 청소는 주로 아줌마, 할머니의 몫이다. 아저씨, 할아버지들은 경비원이 아니면 잡역을 맡는다. 그들보다 조금 늦게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는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청소노동자는 40만6633명이다. 이 중 81.6%인 30만8220명이 여성이다. 평균연령은 57.2세로서 41%가 60대 이상이다. 평균임금은 월 79만6000원이다. 그나마 여성은 평균 74만3000원으로 더 적다. 이것은 노동자에게 일정금액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법적으로 강제화하는 최저임금 월 85만 원보다도 10만 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교통비, 점심값을 빼고 나면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지 않나 싶다. 고용형태는 77.4%가 비정규직이고 노동조합 조직률은 6.2%에 불과하다.

 

큰 기업은 비교적 젊은 경비원을 쓰나 아파트는 관리비를 줄이려고 주로 늙은 경비원을 쓴다. 거의 60대다. 아파트 경비원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쉰다. 24시간 동안 50분 순찰, 10분 휴식을 반복한다. 몸이 지쳐 밤 시간에 자칫 깜박했다가 까다로운 입주민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쫓겨나는 신세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을 맺으니 연말이 가까워지면 혹시 잘리지 않을까 불안하다. 나이가 많다느니 근무 태도가 나쁘다니 트집 잡기 일쑤이다. 그리고도 아파트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며 사람을 줄여야 한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해가 바뀌자마자 홍익대학교가 청소부, 경비원을 집단 해고해서 시끄럽다. 월급 75만 원에 하루 점심식사비 300원을 받으며 11시간씩 일하다 지쳐 노조를 만든 것이 빌미다. 쥐꼬리 월급을 떠나서 라면 한 봉지 값도 안 되는 300원으로 점심을 때우라니 사람으로 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고 해서 학교가 탄압에 나섰고 학생회는 외부세력 나가라고 외쳐 더 시끄러워졌다. 홍익대에서 처음 생긴 일이 아니다. 성신여대,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대학이 가르친다는 진리와 정의, 평등과 자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을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면 돈을 조금 더 받을 수 있다. 노무관리가 귀찮다는 이유로 중간에 파견업체를 끼고 사람을 쓴다. 고용한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노조를 만들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 귀찮고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모든 노동문제를 파견업체에 떠맡긴다. 우리 직원이 아니니 그 따위 일은 파견업체한테 가서 따지라는 소리다. 작은 불만이라도 털어놓으면 계약해지를 들먹이며 으름장을 놓는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료에서 파견업체가 이 명목, 저 명목으로 떼어내니 쥐꼬리 봉급이 더 줄 수밖에 없다.

 

평소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함바집이 세도가의 공돈 먹는 돈벌이로 밝혀졌다. 함바집이란 건설현장의 가건물에 들어선 간이식당으로서 노동자들이 밥을 대놓고 먹는 곳이다. 이권사업으로 둔갑한 함바집 운영권에 온갖 권력이 끼어들어 거액에 거래된단다. 함바집에서는 한 끼가 보통 4000~5000원이라고 한다. 아무리 임대료와 시설비가 싸더라도 식재료 값이 올라가는데 뇌물을 빼고 나면 먹을 게 얼마나 남을까 싶다. 건설업체로부터 운영권을 따내면 대개 보증금, 자릿세, 권리금, 시례금 등의 명목으로 세도가에게 뒷돈을 바친다. 아파트 공사장의 경우 보통 가구당 10만 원씩 칠만큼 뇌물액수가 정액화되었다고 한다.

 

이 판에서는 유상봉이란 브로커가 독보적 존재라고 한다. 이 사람이 따낸 함바집 사업권이 900여 건에 달하며 다시 중간 브로커에게 팔아 1000억 원 가량 챙겼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그 중심에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서있었던 모양이다. 유 씨는 청와대, 지방자치단체장에게까지 마수를 뻗쳐 함바계의 거물로 행세했다고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파악한 바로는 전국 총경 이상급 중에 41명이 유 씨와 접촉했거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한 방송보도에 따르면 200명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찰총수가 경찰조직을 동원해 함바집 로비의 앞잡이 노릇을 한 셈이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사장, 단체장들이 최저임금을 안 주려고 청소부, 경비원을 파견업체를 통해 쓰며 고용안정을 떠벌린다. 도시가 잠 든 새 일터를 찾아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허리가 뿌려지도록 하루 종일 허드렛일을 한다. 그들에게 라면 한 봉지 값이나 따진다. 함바집 비리를 파헤쳐야 할 경찰총수가 경찰조직을 등에 업고 브로커와 한 통속이 되어 배를 채웠단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겨우 일자리를 얻어 뼈 빠지게 일해서 목구멍으로 넣는 돼지고기 한 점과 밥 한 숟가락을 뺏어 챙긴 꼴이다.

 

힘센 판-검사가 퇴직해 법무법인으로 옮기면 억대 월급을 받는다. 그들이 이 나라 상층권에 앉아서 공정사회를 외친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세상이다.

 

글..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