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발전 민영화 도박 왜 하나”[6.28 한겨레신문]
[한겨레] 미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 칼 우드 위원
“한국정부 발전 민영화 도박 왜 하나”
배전분할 중단은 현명한 결정
“전력산업을 시장에 함부로 맡기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정전사태처럼 큰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최근
배전분할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다.”
최근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 주최로 열린 ‘전력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력규제 기관인 공공시설위원회(PUC)의 칼 우드 위원(차관급)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관한 한 한국이 미국의 실패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출국하기에 앞서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한겨레〉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2000~2001년의 캘리포니아 정전사태에 대해 “전력
도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 뒤 민간 발전회사들이 전력요금을 마구 올리는
등의 문제로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엔론 등 발전회사들은 ‘환경규제로 발전소 증설을 하지
못해서’ ‘가스 연료비가 많이 올라서’ 등 핑계를 댔지만 나중에 엔론
등이 고의로 시장가격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저장이 안 되는
특성상 그때그때 수급이 이뤄져야 하는 전력을 사회적 규제 없이 시장에
내맡기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교훈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시장경제 못지않게 각종 시장감시 장치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그 해답은 전력시장 구조개편이 곧 ‘탈규제’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 있다. 대중의 공공 감시를 받지 않게 되자
발전회사들은 앞다투어 시장 조작 등 범법행위에 나섰다”.
칼 우드 위원은 “그럼에도 기존 방식의 구조개편을 선호하는 연방정부 및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이에 반대하는 의회간 견해차 등으로 현재
캘리포니아 전력시장에 대한 공공의 감시 장치는 완전히 원상 복구가 되지
못한 상태”라며 “이는 한번 ‘탈규제’를 하게 되면 다시 ‘규제’로
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한전의 배전분할 중단과 별개로 발전부문 분할 및
민영화는 계속 추진하기로 하는 등 여전히 경쟁체제 도입에 미련을 갖고
있는 데 대해, “한국처럼 전력 다소비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굳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력산업이 무너지면
다른 산업이 온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석 기자 hgrh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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