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정권 발동 수순 밟기, 노동부와 사측을 규탄한다.

1.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파업에 대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한절차에 착수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열리는 등 노동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매우 긴박한 가운데 8월 8일 오후 5시 교섭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한 채 형식문제로 사측이 일방적으로 퇴장, 교섭이 결렬되었다. 어제의 교섭을 보면서 우리는 노동부와 사측이 짜여진 각본대로 노동조합을 밀어붙이고, 이를 명분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2. 8월8일 교섭현장에서 노동부 박모 노사조정과장은 노사합의에 따라 “타결을 위한 교섭 중재”를 시도한 바 있다. 그리고 아예 노동부 공무원 3명이 교섭테이블에 함께 배석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교섭을 중재하고 원만한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노동부가 교섭형식에 대한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퇴장하고, 이에 약속이나 한 듯이 사측까지 퇴장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임박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무기로 교섭을 이끌어내고, 중재를 시도하고, 어떻게든 파국을 피하려는 노동부의 충정을 우리가 애써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너희들이 우리 없이 어떡할래’ 식의 오만함과 ‘무조건 8일 자정까지 끝내야 한다’는 식으로 일관하여 교섭 자체를 망가뜨린 행태는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사측은 “우리는 오늘 24:00까지 13개 핵심 항목을 타결하고, 복귀 후 비핵심사안을 협상한다는 노동부의 조건에 따라 협상에 임했다”는 것을 퇴장의 이유로 들었다. 더구나 사측은 “조종사들의 파업이 오늘 끝난다”며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을 상대로 축하 회식비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노동부와 사측의 협잡에 의해 8일밤 자정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타결을 강제하다 안 되니까 교섭을 파행으로 귀결시킨 것이다.

3. 우리는 현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무기로 한 노동부의 압박 → 일부 언론을 앞세운 여론 조작 → 노동부의 조정안 제시 및 이를 거부하면 ‘명분 축적’ → 긴급조정권 발동 →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차원의 대응 → 공권력 투입 → 하반기 노사관계 로드맵 관철>의 수순대로 진행하고자 일부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노동부가 앞장서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 수 있단 말인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옛말이 있다. 교섭을 붙여도 모자랄 판국에 말도 안 되는 각본을 가지고 교섭을 농락한단 말인가?

4. 2002년 부패정권의 일방적인 발전소 매각에 반대하며 이 땅 민중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하던 발전노동자들의 파업을 단지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이유하나로 위헌의 소지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직권중재제도를 남용하면서 ‘불법파업’으로 일방적으로 규정, 악날한 탄압에 열을 올렸던 김대중정권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필수공익사업장도 아닌 일반사업장에 대하여 ‘긴급조정권 발동’을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노사관계 파탄 전주곡’을 연주하기 전에 정말로 ‘나라를 생각하고, 민생경제를 고려하는’ 진지한 자세의 교섭태도를 노동부와 사측 모두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5. 8. 10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