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정책 우왕좌왕[1.27 매일경제]
공기업 민영화정책 우왕좌왕
`남동발전` 매각 불발 가능성
"남동발전의 민영화가 일정대로 처리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정부와 인수위의 공기업 민영화의지와 향후 일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 지고
있다.
가장 매력있는 발전소로 꼽히는 남동발전의 입찰에 많은외국투자가등 이
`보이콧`함으로써 그동안 현정부가 추진해왔던 공기업 매각작업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정책의 일관성을 보
여주지 못할 경우 공기업은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을 잃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투자하려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당초 14개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남동발전 입찰에는 컨소시 엄을
포함해 불과 5개 기업만이 참여하면서 매각가격과 조건이 크게 불리해지고
이로 인해 매각 자체가 불발탄으로 끝나는 상황까지 감지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남동발전의 사업성 자체에 심각한 의문이 생 길 수
있으며 입찰참여업체들도 인수가격을 대폭 낮출려고 하고 있어 남동발전
매각이 실패할 것이라는 논리다.
민영화된 두산중공업의 격렬한 노조파업도 투자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찰에 참여한 SK 관계자도 "인수위 의견대로 남동발전만 매각하고 전력
민영화가 전면 보류될 경우 사실상 전력민영화를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동발전만 민영화되고 다른 발전회사들과 배전회사들 이
모두 정부의 간섭을 받게되는 경우 수익창출을 위한 독립적 경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입찰에 참여한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이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 로
결국 민영화 대상의 가격가치를 낮추게 된 꼴"이라며 남동발전이 매각된다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남동발전의 교훈=남동발전이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과정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정부는 당초 전력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알짜배기 매각대 상으로
남동발전을 선정했고 이때문에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 재검토쪽으 로 선회하면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던 기업들을 상당부분 등돌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서 갖는 불신감은 염려할만한
수준이다.
외국증권사 대표는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남동발전은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었다"며 "그런데도 이처럼 입찰이 부진했던 것은 차기 정부의
공기업정책 자체가 불투명한데다가 예정됐던 민영화 추진일정이 재검
토된게 큰 이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 등 이미 민영화된 기업에서 계속되고 있는 노사분 규가
부담스럽게 작용했고 공기업노조의 강성이미지는 투자의욕을 크 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민영화 참여의지 위축=이번 남동발전 사례는 앞으로 민영화 일정 자체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민간에 공기업을 팔려해도 사려는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 인수위
쪽에서 자꾸 "대기업과 외국기업에 대한 매각은 어렵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식의 입장이 나오는 것은 이들의
투자의지를 위 축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나머지 4개 발전자회사를 매각할 계획이고 배전과
판매부문도 쪼개 매각할 생각이지만 과연 생각대로 `손님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문제는 매각가격과 조건 등에서 크게 불리한 상황을 스스로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남동발전에 참여를 꺼리는 기업들은 남동만 팔고 나머지가 지지부진할 경우
인수기업만 손해를 볼 수 밖 에 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발전자회사는 공기업으로 남게 되 면 공기업들에 둘러싸인 섬으로
혼자서만 불공정한 게임을 벌이게 된 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더욱 직접적이다.
상황이 변한 만큼 기업가치를 낮게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부관계자는 "최근 매각가격 자체에 시비를 거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정갑영 교수는 "정권 교체시기에 재벌정책의 변 화와
민영화 추진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게는 큰
변수가 된다"면서 일관성 없는 민영화 정책이 낳은 필연 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민영화의 첫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한국전력 민영화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됨에 따라 향후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도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정부와 인수위는 남동발전 매각과정에서 나타난 국내외
기업들의 싸늘한 반응에 대해 크게 염려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를 담당하는 정부당국 내부에 비상이 걸렸고 정부와 인수위
관계자, 자문그룹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국내외 투자열기를 다시 북돋을 수 있는 새로운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보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소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력부문에 대한 민영화 의지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의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남동발전 뿐만 아니라 5개 발전자회사의 민영화가 모두 필요한 일이고
배전부문의 분할과 민 영화도 해야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에 서있는 노 당선자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스와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가스와 철도의 경우 전력부문과는 달리 관련 법 자체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고 이에 대한 여야간 입장도 다르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인수위 기류는 노조의 반대논리를 충분히 수렴해 새로운 민영화원칙을
만들거나 아니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산자부와 건교부 등 정부관계자들도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식으로
민영화 추진의지를 크게 상실해버린 느낌이다.
/김경도 기자 augustin@mk.co.kr/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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