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산업 민영화 해외사례]정전사고^요금인상 등 폐해속출
미국, 전력시장 자유화 정책 완전 철폐 결정
영국, 가격상승으로 `전력빈곤층'문제 드러나
호주, 유지보수 소홀로 전력 안정공급에 차질
정부가 남동발전 등 5개 화력발전사를 당초 계획대로 민영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지금까지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성공사례로 들었던
영국, 호주 등이 민영화 이후 요금폭등과 전력 대란 등 사실상 민영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공공정책협의회 주최로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네크워크산업,
남동발전(주) 매각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발전산업노조
이호동 위원장은 주제발제를 통해 “발전소 매각의 일방적인 추진은
캘리포니아 사태에서 보듯이 요금폭등과 전력대란 발생가능성 등의 부담과
위협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진행된 국가는 40여개국, 이들 국가 중 정부가
성공사례로 홍보해 온 영국,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호주의 빅토리아주의 현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난 16일 로이터통신은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PUC)의 5인
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지난 1994년 4월부터 시작되었던 전력시장
자유화 정책을 완전 철폐했다고 밝혔다.
CPUC 위원장인 칼 우드는 “이번 결정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며
“이 정책이 소비자들, 전력회사, 전력회사 종사원들 모두에게 재난을
안겨다 주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우드 위원장은 이어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실패를 낳은 공공정책”이라며 “과거 CPUC는 시장에 대한 맹신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을 파탄으로 몰아 넣었다”고 말했다.
CPUC와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1994년 당시 시장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지역 전력회사들에게 발전설비를 모두 매각하도록 명령했고 전력회사들은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해 일정 상한가 이하의 고정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도록 했다.
하지만 무더위로 인한 전력수요의 급증, 불완전한 경쟁체제, ENRON사의
시장 조작 등 구조개편의 근본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2000년말과 2001년
초 사이에는 2차대전 이후 가장 광범위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
1400만 고객을 자랑하던 캘리포니아 최대의 전력회사 PG&E는 2001년 4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2000년과 2001년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1999년과
비교해 약 2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적인 전력소비자 요금을 내야 했다.
영국
영국의 경우 1990년 4월부터 발전·송전·배전을 분리하고 민영화를
추진했다.
특히 2001년 3월부터 자율거래시장인 NETA(New Electricity Trading
Arrangement)체제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 체제를 도입했지만
계약량과 실거래량의 차이를 결제하는 가격이 급상승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영국은 현재 민영화로 인한 문제점 때문에 전력회사 재국유화 여론이
늘고 합병과 재국유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 370만 가구에 달하는
`연료빈곤층'도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전력요금 납부를 지연한 소비자들은
사전 지불제 미터기를 설치해 동전을 투입해야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사유화 이후 영국 지역 전력회사 12개 중 8개가 미국과 프랑스에
인수됐으며 영국의 원자력 발전회사인 브리티시에너지는 2001년 한해
동안만 4억9300만 파운드(약 9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파산위기에
몰렸다. 영국정부는 지난해 9월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한 브리티시에너지에
10억파운드(약 2조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지난 96년 호주 정부는 전력시장 운영을 위해 전력시장관련 규정을
관리하는 전력시장운영규칙 관리공사와 전력시장운영을 담당할 전력 시장
운영공사를 설립한 후 98년 빅토리아 주 등을 관장하는
전국전기시장(NEM)을 개설해, 소매부문 개방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오클랜드의 대정전, 퀸즈랜드의 정전사고 등 구조개편으로
인한 유지보수의 소홀로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고
지난 98년에는 혹서로 인해 빅토리아주에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통상
전기요금의 단가는 1kwh당 10∼12센트였으나 급격한 수요증가에 비해
공급부족으로 인해 1kwh 50달러를 기록해 500배 이상되는 요금이
인상됐다. 호주의 빅토리아주는 현재 국영화를 검토중이다.
/ 이은호 기자 yieh@labor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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