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분할 3년, 발전노사 앞날은 [3.31 전기신문]
勞使 상생의 길 모색 '최적의 기회'
발전노조 노사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사양측이 물리적인 대립 보다는 대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서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노사관계 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사양측에서
들려온다는 것은 화합을 이루겠다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여기에 발전노조
집행부가 새로 출범하고 발전회사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 되면서 과거에
쌓였던 앙금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지난 3년간 노사관계를 짚어보고 올 노사관계를 전망했다.
2001년 7월 24일 출범부터 대립각 세워
2001년 4월 2일, 한전에서 6개의 발전회사가 분할되고 그해 7월 24일
노조가 정식출범했다.
발전노조와 발전회사의 관계는 출범부터 험난한 시련의 길이 예정돼
있었다.
발전노조가 정식 출범 했지만 회사측은 발전노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노조측은 당연히 전력노조로 부터 분할이 됐기 때문에 전력노조와
한전이 체결했던 단협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고야
만다.
당시 발전회사가 분할되면서 노사간에 15개의 협약서가 있었다. 물론
거기엔 한전과 전력노조와의 단협을 승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노조측이 별도의 조합을 만들면서 이 협약은 효력을 상실하고 만다.
발전노조가 출범한지 약 3년이 됐지만 지금도 발전회사 분할과 관련된 단협
등이 법률적으로 명확히 정립이 안돼 있어 노사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사의 공방속에 2001년 한해를 마감하던 발전노조는 그해 12월 26일
사측과 임금단협을 체결했다. 사측이 노조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
총파업으로 얼룩진 2002년 노사관계
2002년은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
발전노조가 사측과 단협체결이 안되고 정부가 발전소 민영화를 밀어
붙이기식으로 추진하자 응어리졌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2002년 2월 25일 새벽 4시를 기해 발전노조는 총 파업에 돌입한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이때 당시 사측은 단협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무성의하게 대응한 것이 총 파업의 빌미가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가 발전회사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노조와 진지한 대화 한번
없이 밀어 붙이기식으로 일관하면서 노조의 총파업에 불을 붙였다. 이때
38일 간 총 파업은 노사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넣었다.
파업과정에서 350여명의 직원이 해고되고 조합원에 대한 가압류 금액이
465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2003년 노사관계 파업 휴유증으로 몸살
노조는 발전 민영화 저지 투쟁에 적극 나선다. 본격적으로 남동발전의
매각이 논의 되면서 민영화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간다.
포스코, SK 등 민영화에 관심이 있는 업체들의 현장 실사를 막는 실사
저지투쟁이 시작된다.
노조 집행부는 또 파업이후 해고, 가압류 등으로 실의에 빠진 조합원을
추스르며 사측에 가압류의 해제와 해고자에 대한 복직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 대화가 조금씩 이뤄지면서 노사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기회가 늘어난다.
하지만 사측이 일부 조합원에 대해 해고를 확정하고 손배소 제기를 위한
법률적, 행정적 절차를 진행시키면서 신경전이 벌어진다.
2004년 노사 양측 ‘대화 강조’관계 개선 시발점 될듯
아직도 해고자 문제, 남동발전 민영화 문제 등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불씨는 많이 남아있다. 또 지난 3월 9일 출범한 2기 발전노조
집행부가 1기 집행부의 정책이나 이념을 계승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순탄한
노사관계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노사 모두가 올해는 관계가 진일보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이 물리적 대립보다는 대화를 강조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노조 관계자는“노조는 언제든지 사측의 대화 제의가 들어오면 응할
준비가 돼있다”며“칼자루는 사측이 쥐고있는 만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사측이 찾아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발전회사 관계자는“ 노사가 지난 3년간 대립을 하면서 양측이 정신적
물리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며 “2기 집행부가 들어서고 사측의
대표들도 이번에 대폭 물가리 되는 만큼 건설적인 노사 문화에 양측이
진지하게 논의할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인터뷰-신종승 제2기 발전노조 위원장
"대화의 문 언제나 열려 있어"
"구조개편 강행 땐 투쟁 불가피"
"발전노조 초대 집행부의 기본정신은 그대로 계승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한계점이나 오류 등은 혁신해 나가겠습니다.”
1일부터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가는 신종승 제2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앞으로의 발전노조 청사진을 ‘계승과 혁신’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했다.
“올해는 잘못된 구조개편 작업을 막을 수 있는 적기입니다. 이에 따라 전
조합원이 하나가 돼 발전사 매각저지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잘못된 구조개편이 계속 진행될 경우 초대
집행부의 파업정신을 계속 유지해나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바라보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은 한마디로 ‘선로를 벗어난 열차’와
같다.
“정부가 처음 구조개편을 시작한 이유는 외환위기 당시 공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구조개편은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고 경쟁은 하는데 효율성은 떨어지는
이상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때문에 신 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구조개편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발전노조가 전력연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6개월
동안 만든 ‘21세기 한국의 전력산업, 바람직한 발전방향과 정책제안
연구보고서’의 결과를 보고 더욱 굳어졌다.
“연구결과는 지금까지의 구조개편이 전력산업종사자와 국민의 여론은 모두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부쳐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 위원장은 잘못된 구조개편 법안을 완전 폐기하고
전력산업구조개편을 공론화해서 가장 바람직한 체제는 무엇인지 서로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계속해서 구조개편을 밀어붙일 경우에 대비해서도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있다.
“정부가 우리의 주장을 무시하고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발전사매각을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사용되겠죠. 물론 단체행동권도 필요하다면 행사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발전노조는 올 5월에 나올 노사정위원회의 공동조사단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결과에 따라서는 전력연대와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전력연대와의 공조를 계속 강화하고, 연대감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위원장은 구조개편 문제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복지향상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7월 1일부터 주5일근문제가 도입됩니다. 올해 노사협상에서는 이 문제와
함께 임금협상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정부가 정한 공기업 임금 3%상한선은
실질적으로 임금 동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같은 구조개편저지와 노사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그는
새로 바뀌는 발전사 사장들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일부 발전사 사장들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노사는
결코 수직적 관계가 아닙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할 대등적
관계죠. 그리고 각 발전사별로 교섭을 따로 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모든 발전노조의 교섭권과 체결권은 위원장인 저에게 있습니다. 이 점을 늘
생각해준다면 앞으로 많은 문제들을 대립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 위원장은 "발전노조의 기본방향은 구조개편문제 해결을 통한 전력산업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마음은 항상 열려있고 언제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희덕 기자 yuhd@jung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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