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더라도 승리하는 패배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 - 발전산업노동조합 이호동 위원장
기관지노힘 제50호
박원종 (노동자의 힘 회원)
지난 02년 공공3사 연대파업을 기억한다. 당시 주변의 예상과 달리
38일간의 파업 투쟁을 이끌었던 발전산업노동자들도 말이다. 파업 이후
감옥살이와 매각 반대 투쟁, 조직 강화 사업을 거쳐 이제 임기 막바지에 선
이호동 발전산업 위원장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파업 2주년이 되는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02년 10월15일 출소하고 보니 발전노조가 조직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남동발전 매각 건으로 저지 투쟁을 벌이고
결국 다음 해 3월에 남동발전 매각이 중단되면서 조직적 위기들이
수습됐습니다. 파업파괴행위 조합원에 대한 징계문제도 처리를 했구요. 이
후 조직을 구체적으로 강화시키기 위해 먼저 해고자들의 조합원 인정과
임기 2년 단축 규약 개정 등을 했습니다."
지난 2월25일 있었던 공공 부문 토론회가 어떤 토론회였는지 궁금합니다.
"주제가 공공부문 산별교섭 구조였습니다. 산별교섭, 구조 등에 대해
고민의 단초를 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사정위 참여를 둘러싸고
비판과 주장 등이 팽팽했습니다. 전술적 활용론을 주장하는 토론자, 그
자체를 비판하는 토론자도 있었습니다. 개인의 입장과 대중조직의 대표로
많이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어쨌든 코포라티즘은 계급타협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활용론 자체를 비판하는 입장이고 아무튼 그 자리에서
노사정위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진 못했습니다. 이후 과제이지요."
7월1일부터 주5일제가 시행됩니다. 이에 맞물린 투쟁이 예상되는데 계획은
어떻습니까?
"발전노조로 보면 파업 당시(02년 3월8일)에 직권중재로 체결됐던 단협이
만료되는데 이와 연계해 노동조건 개악, 임금삭감 없는 완전 주5일제를
쟁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발전노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조직노동자,
정규직이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을 책임져야 하고, 소위 힘있는
대형노조가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익을 책임지고 가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7월1일 주5일제를 시행하는 대형노조들이 자본의 공세를 막지 못하고
투쟁을 피하면 그 뒤에 중소영세사업장 노조들도 똑같이 깨집니다. 투쟁의
당위성은 이거라고 봅니다. 따라서 시기는 당연히 7월1일 이전에 전선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새로 당선된 민주노총 4기 지도부에 대한 소견과 전망은 어떠신가요?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민주노총과 단위노조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요?
저는 제대로 싸울 때 국민들이 지지해 준다고 봅니다. 발전노조 파업 때
처음엔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완강하게 싸울 때
여론조사에서 발전소매각 반대 의견이 80%까지 나왔습니다. 민주노총도
제대로 싸우면 국민들이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본에 투항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제도권 언론들이
'민주노총 대단한 결단했다'라고 열흘에 걸쳐 특집기사 실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죠. 작년 한 해 노동진영 내부를 포섭, 배제로 분리
적용한 것이 먹혀 들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04년도에는 적들의 공세가
심해질텐데 정말 만만하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깨지더라도 승리하는 패배를 만들어 가야하는 해가 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거 이후 거취가 궁금합니다. 노동자의 힘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노동자의 힘에 대해선…개인적으로 몇몇 회원들에게 비판 아닌
비난을 했었던 적이 있어요. 노힘은 정치조직 아닙니까. 정치조직은
대중조직을 지도하려 할텐데 그런 부분에서 정교함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노힘이라는 조직이 어떤 특정 대중조직과 관계를 형성할 때,
투쟁시기이든 일상사업이든 충돌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해고 3년차인데, 해고자 활동(복직 투쟁)을 계속 할
것이고… 발전노조 조합원으로 돌아가서 초대 위원장이자 전 위원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너무 정신 없이
달려오다 보니까 건강도 많이 악화됐습니다. 건강도 추스르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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