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부문 손배가압류부터 풀라 [11.18 한겨레신문]
묵은현안 해넘기지 말자 ④손배가압류.비정규직 문제
손배가압류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게 된 것은 올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씨가 분신자살 하면서부터였다. 최근 잇단 노동자들의 분신 자살로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 제도개선은 2001년 7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에 들어간 이래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정부가 마련중인 보호법안을 국회에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정부가 먼저 나서라=해법의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가 먼저 공공부문의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제도
개선에 나서면 민간 부분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번 노동자대회와 총파업 때도 노동계는 공공부문 가압류 해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29일 집계한 자료를 보면, 공공부문
손배가압류는 394억원에 이른다. 공공부문 사업장 비율은 전체의
11.1%이지만 손배가압류는 전체 액수 대비 26.7%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공공부문이 걸림돌이다. 정부는 올해 중으로 정부 안의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해 대책까지 내놓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순서적으로 실태를 먼저 내놓은 뒤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얻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노동계가 정부 정책에 불신하는데는
정부가 먼저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며 “공공부문에서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한도에서 가압류를 제한하는 등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면
민간부분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정부가 진행중인 가압류 개선방안과 비정규직 보호법안
역시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남용과 확산을
막아야=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관건은 남용과
확산을 막는데 있다.
노동계는 손배가압류가 노조 탈퇴 등 노조를 탄압하는데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용자 쪽은 “민사책임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민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든다”며 불법파업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권재철 청와대 노동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은 “노사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들기는 힘들다”며 “결국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하는 등 남용으로 흐르지 않도록 손배가압류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원은 가압류 사건을 신중하게 처리하기 위한 실무조항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지만, 노동계 등은 회사의 피해 여부, 노동자의 폭력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좀더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법원은 법 절차를 따져
보수적으로 법 집행을 하기 때문에 가압류를 쉽게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원 설치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남용과 확산을 막고 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호근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유럽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높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데 이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라며 “사용자 쪽
주장처럼 고용의 유연성은 보장해 주되, 남용과 차별을 막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