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독과점 구조깨자"-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 [11.4 문화일보]
<한국경제 희망을 찾아서>"정경유착-독과점 구조깨자"
(::노동계 제언-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
정치권과 재계에서 경제위기를 논하는데 있어 빼놓지 않고 지목하는 것이
'강성노조'다.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환 노사 분규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노동계의대표적 조직인 민주노총
단병호위원장을 만나 이데 대한 노동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단 위원장을
만난 것은 지난 1일 서울역 앞천막농성장에서 였다. 그는 노동자들의
자살사태와 관련해 노숙농성중이라 피로한 기색이었지만, 공격적 질문에
시종 차분하게노동계의 주장을 대변했다.
―노사분규가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여론이 높은데.
“내부적으로 노사관계 악화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인정한다. 경제 전반에 영향력이 큰 대공장 노조가 파업을 능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노동운동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우리 사회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경제 회복의 핵심적인 열쇠는 역시 정치권과 경영계 내부에 있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정경유착의 오랜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기업의 이윤은
생산자본으로 재투자돼야 한다. 재벌이 특혜를 받기 위해 정치권에
갖다바치느라 기업 이윤을 착복하기 때문에 생산기반이허약해진다.
정경유착이 끊어지려면 몇 개의 재벌에 대부분의 기업이 종속되는 기형적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독과점 구조가 비자금과 특혜의 기반이 된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이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의 자율적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이 결국 기업의 정상적인 발전에 달렸다는 말인데,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해묵은 과제지만, 오너 중심의 선단식 경영체제가 해체돼야 한다.
이래가지고는 세계 경제체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김대중 정부
출범초기에 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 이후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업종전문화를 서둘러야 한다. 삼성반도체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전문성으로 세계에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조도 파업을 자제해야 하지 않는가.
“대공장 노조가 노사관계에서 사사건건 파업을 통해 해결하려고한다면
잘못이다. 그것을 비판하면 노동계가 겸허하게 수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노사문제로 떠넘기며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회사를 적대시하기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처럼 자기 회사발전에 애착이 큰 사람들이 세계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도 파업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의 오너들이 아직도 노조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전근대적 사고를 고집하기 때문이다.노조를지배
아래 두기 위해 끊임없이 견제하고 무력화 시도를 한다. 그래서 노사관계가
불신 속에서 악화한다.”
―노조 경영참여가 기업 운영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노사가 신뢰를 쌓으려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기업 운영을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노조가 회사를 신뢰하고 협조할 수 있다.노사관계가 안정된
북유럽 회사들을 직접 돌아보고 느낀 것은우리나라 기업들의 관리체계가
너무 방만하다는 것이다. 관리자를 줄이고 생산 노동자의 대표들과 경영의
많은 부분을 논의하는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게 기업 발전에
효율적이다.”
―대기업노조 때문에 중소·하청업체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하청관계 업체가 일정한피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노조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부당하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자동차업종의 대공장 노동자는
15~20년차의 경우 연 4000만~50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임금구성을 보면
초과, 야간, 일요근무 등의 특별 수당이 절반을 차지한다.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연 2600만~2700만원을 받게 돼 있다. 더 벌기 위해 362일을
회사에 나와일하다가 과로사한 경우도 있다. 물론 대공장 노동자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공장 노동자 때문에 다른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처럼논리를 펴는
것은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대단히 선동적인주장이다.”
―올 하반기 들어 노·정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사회적 긴장을야기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계를 대하는 태도는 ‘아내를 사랑하지만어쩔 수
없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남편’과 같다고 할 수 있다.인간적으론
이해하지만, 정치권력자는 그래서는 안된다. 출범 때표방한 대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면 노동계도 박수를보낼 것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kr
문화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