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혁 뒷걸음]실태-문제점 노조입김에 민영화
철회'도미노'[4.24세계일보]
공기업 민영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한
11개 공기업중 8개 기업의 민영화는 마무리됐으나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3개 회사는 참여정부 몫으로 넘어온 상태다.
그러나 한국전력 남동발전의 민영화가 무산된 데 이어
철도청(운영부문)마저 민영화 계획을 철회키로 해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줄줄이 제동이 걸리면서 공기업 민영화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의 잇단 무산이 조흥은행 매각과 4대 보험
전산-재정통합 등 다른 공공부문 구조조정작업에도 영향을 미쳐 구조개혁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동발전 민영화 무산=배전과 판매를 분리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게
한전 민영화의 큰 틀이다.
그러나 최초 매각대상으로 선정된 남동발전은 지난 3월28일 경영권 매각
입찰에서 포스코 등 입찰에 나섰던 4개 업체가 모두 불참을 선언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발전회사 민영화는 상당기간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노동조합측의 민영화 추진에 대한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더 이상의
민영화 추진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영화를 포기하고 증시상장 등 별도의 방안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노조의 도움 없이는 성사가 불투명해 한낮 공염불에 멈출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조의 반발에 대해 제도적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배전-판매를 분할해 민영화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택-토지공사 통합 원점으로=국회의 부정적 입장으로 주공과 토공의
통합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998년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추진된 통합법안이 2001년 10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토공 노조 등이 이에 강력히 반대하자 국회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심의가 미뤄져 온 상태.
정부는 당초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현 정부 들어 현 체제
유지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이 무산돼도 중복업무 조정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택지개발 업무는 어느 쪽으로든 한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성사는 불투명한 상태다.
철도분야는 노사협상에서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철도청 운영부문 민영화마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주민반발에 부딪힌 지역난방공사 민영화=2000년 6월 안양과 부천의
열공급 설비를 한전의 열병합발전소와 함께 경쟁입찰을 통해 LG파워에
팔았다.
지역난방공사 전체 지분 가운데 36%를 증시에 상장한 뒤 나머지 36%를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할 방침이지만 분당지역 주민 반대에 부닥쳐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민영화가 되면 요금이 오를 것이라면서
민영화 반대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가스공사 3개사로 분할=가스공사의 천연가스 도입-도매부분을 3개 사로
분할해 민영화한다는 방침이다.
1999년 12월 기업공개를 추진해 정부 지분과 신주를 공모(38%)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요금인상과 수급불안정을
이유로 반대해 관련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3개사 분할 방안과 함께 신규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그대로 두고 공개경쟁 형태로 다른 민간회사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배관설비부문은 현재의 공기업 형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원재연기자 march27@segye.com
기간산업 효율성보다 공익성 중시
정부 '민영화 지침' 뭔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참여정부의 시각은 김대중정부의 방침과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김대중정부가 강도높은 공기업 민영화 추진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강조했다면,참여정부는 철도 전력 가스 등 이른바 망(網.네트워크)산업의
공익성을 외면한 채 효율성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김대중정부가 줄곧 추진해오던 철도-전력-가스산업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일부 백지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흥은행을 비롯한 다른 부문의 공기업 민영화와 철도 공사화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정부 입장은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현 경제부총리)은 "미국
캘리포니아 (단전)사태에서 보듯이 철도와 전력 등 망산업의 경우 민영화를
할 경우 공공성 훼손과 민간독점, 요금 인상 등의 우려가 있다"며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된 분야나 (국가가)독점할 수밖에 없는 분야,
또는 공익성이 높은 산업은 민영화의 속도와 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철도 전력 가스 등 망산업은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고 민영화만이 유일한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좀더 광범위하게 검증해 보겠다는 얘기다.
우정사업의 민영화 후퇴도 같은 맥락이다. 우편산업은 농촌 오지 등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공적 서비스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를
보더라도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그동안의 민영화가 '재벌 배불리기'만 초래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포스코 등 일부 민영화된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후보시절에도 '원칙적 반대'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전력-가스-철도 민영화 무산 결정이 참여정부의 개혁 의지와
국가신인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공기업이 여전히 국가소유가 지속될 경우 내부의 비효율성이 개선될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희창기자 cjord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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