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사 합의배경과 의미-새 정부 전향적 태도 합의
'물꼬'(매일노동뉴스)
노정관계 전반 고려한 듯…철도노조 직선집행부 안정화에 영향
송은정
철도노사의 정기 단협은 노무현 정부의 대형 노사쟁의에 대한 태도를
가늠하는 단적인 사례가 될 것이란 점에서 이전부터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끌어왔다. 그런 만큼 노조 요구안이 대폭 수용된 '전향적인' 합의안이
도출된 사실은 철도문제뿐 아니라 노정관계 전반을 고려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치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의 요구안이 노동계의 주요 쟁점인 인력충원, 해고자,
손배·가압류, 민영화 문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합의배경= 정부는 지난 17일 관계장관 회의 등을 거치며 이미 전향적인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동자가 매년 수십명씩 산재사고로
사망하는데다, 최근 대구지하철 참사로 인해 안전문제와 결부된 노조
요구안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철도청 팽정광 노정과장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했지만,
이번엔 철도안전 확보를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인력충원 문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공공 3사 파업의 학습효과로 인해 철도노조의 파업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정부탄압시 대정부 투쟁"을 경고하고 나선 것과 관련, 정부가
민주노총과의 향후 관계를 염두에 둔 결과란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18일부터 "정부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해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노사의 인력충원 합의는 공공부문에서 IMF 구조조정 시기 감축된
인원을 환원키로 한 첫 번째 사례로, 향후 궤도노조 임단협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철도의 무단협 사태를 2개월여나 사실상 방치한 것이나
파업직전에야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늑장대응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런 한편, '민영화 철회'를 직접 명시한 것에 대한 정부 안팍의 보수파와
보수언론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노조 입장= 철도노사가 지난해 특별단협에 이어 이번에 10여 차례 직접
교섭을 통해 이번에 정기단협을 체결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나름의
노사 교섭체계 정착은 물론, 노조 자체로선 직선 2기 집행부의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로선 또 오랜 세월 논란에 논란을 거듭해 온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게
돼 큰짐을 덜었다. 지난 88, 94년 해고자들은 이번 단협을 앞두고 즉각
복직 합의를 촉구하며 일주일여 전부터 노사정위 철야농성과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한편, 비를 맞으며 파업전야제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인력확충 규모가
부족하고 외주용역화 철회 등이 빠졌다며 반발하기도 했으나 그동안 논의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그 이상의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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