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발전회사 흔들기작전 돌입하다 - 분명히 드러난 구조조정계획 |
 발전노동자 5호 中
최근 발전운전원의 57% 인력감축을 계획했다가, 남동동지들의 즉각적인 현장투쟁으로 백지화된 “발전운전원 근무개선(안)”에 이어, 중부발전(주)에서 전체조직의 구조조정계획인 ‘조직개편안’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ERP, 팀제, 능력주의인사관리의 도입을 핵심축으로 하는 중부의 조직개편안은 중부만의 계획이 아니다. ERP는 한전에서부터 발전5개사, 한수원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차를 두고 동일하게 도입되며, 이를 통해 한전계열사 전체의 구조조정을 진행하여 전력산업의 사유화를 완성하고자 하는 치밀한 계획의 일환이다.
● ERP도입을 통한 업무과정혁신(PI), 그 실체는 무엇인가?
ERP(전사적 자원관리), 자본은 이를 “선진업무 Process의 도입에 의한 생산성 향상, 업무의 단순화․표준화, 실시간 정보처리로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통해 인적․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이라 소개한다. 그러나 자기들끼리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소수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고 ERP도입의 필요성을 공유한다. 실제로 ERP를 도입한 회사들의 통계를 보면, “직접인원감소 25%, 업무절차 시간감소 50%이상, 시간외근무 감소50% 등을 통해 평균이익률 29% 증가”라는 놀랄만한 구조조정의 효과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렇다. ERP는 오히려 대폭적인 인력감축을 가능케하는 “조기퇴직자 양산시스템(Early Retired Person)”이며, 노동강도강화와 현장통제를 극대화시키는 “실시간 전자감시통제시스템”이다.
● 잘못된 소문, 간부영역구조조정을 위한 팀제도입!! 우리는 자유로운가?
회사는 팀제를 도입하면서 ‘현업으로의 자율권 부여’, ‘경영의 민주주의 확장’, ‘간부영역의 구조조정을 통합 조직합리화’ 등 온갖 거짓말로 그 필요성을 설명하지만, 사실은 대폭적인 인력감축을 무리없이 단행하고, 감축된 인력만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팀제도입은 일반적으로 ‘직군통합-팀구성-팀별경쟁-팀별차등성과보상’의 과정으로 완성되는데, 즉 직군통합을 통해 정원조정 및 인원배치를 유연하게 하고, 각각의 대직군내에 팀제를 도입해 팀간․팀원간의 경쟁을 격화시킴으로써 현장통제와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팀제는 ‘능력주의 인사관리’와 연계됨으로써 그 본질적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이는 “팀장에게 전결권한 부여”, “개인별 평가시 팀내 공헌도 반영 및 팀인원대비 목표관리제도입”이라는 구체적 문구를 통해서도 눈치챌 수 있다. 팀장에게는 현장관리감독자로서의 권한과 함께 팀원들에 대한 막강한 인사고과권한이 부여된다. 물론 팀별 성과에 의해 팀장이 평가되고, 3-4직급까지 확대된 연봉제에 의해 팀장의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팀장의 팀원들에 대한 노동통제는 극도로 강화되는 것이다. 여기에 팀별평가에 따른 차별적인 성과보상이 이루어지면 한 명이라도 업무를 게을리하거나 다른 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열심히(?) 노동력을 쥐어짜내지 않을 경우 팀원전체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므로 팀원들간의 감시와 눈치보기 등 팀내부에서의 자발적인 노동통제가 이뤄지면서 노동강도강화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 노동자 분할통제를 통한 노동강도강화․총액임금삭감전략의 또다른 이름, 이른바 “능력주의 인사관리제도”의 도입
회사는 팀제도입시 2-4직급내에서 누구든 능력있는 사람에게 팀장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겠다면서, 동시에 전직원의 인사관리에 있어서도 능력주의를 도입하겠다 한다. 그러면서 ‘능력주의 인사관리란 누구나 열심히 잘만 하면 일한 만큼 대우받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라 설명한다. 그러나 능력주의 인사관리의 핵심은 “경쟁과 차별을 통한 분할통제”와 “차등보상을 통한 노동강도강화 및 총액임금삭감”에 있으며, 이는 성과급제의 전면화, 연봉제도입 등을 통해서 본격화된다.
우선,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원칙”이 파괴되고 “능력과 업적에 따른 차등임금원칙”이 적용됨에 따라 동료와 경쟁할 수 밖에 없고, 일차적으로 노동강도는 강화된다. 그러나 자발적인 노동강도강화와 평균적인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모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 즉 가장 높은 성과를 낸 몇몇에게만 눈에 띄는 보상하고, 그 외의 대다수 에게는 턱없이 낮은 임금을 주거나 오히려 삭감함으로써 노동자간 무한경쟁을 불러일으켜 자발적인 노동강도강화를 반복하게 만드는 한편, 임금의 총액은 오히려 줄여나가는 것이다.
● 절반 이상 준비된 구조조정, 발전자본은 이미 본격가동할 날만 손꼽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핵심축은 살펴본 바와 같이, 1.“팀제도입”을 중심으로 수평적으로는 직군 및 직종을 통합하고, 수직적으로는 직급과 직위의 분리를 통해 팀장과 팀원이라는 새로운 직위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인원감축의 구조적 토대를 형성하고 2.차별과 경쟁을 통한 노동자분할통제를 위해 능력주의 인사관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인건비총액을 감소시키면서도 노동강도강화를 달성하는 두가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난 구조조정이 한꺼번에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화력의 정원조정, 인천․당진화력의 화학직군 시차근무도입 시도, 현장운전원업무통합, 직군통폐합 등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이미 수년간에 걸쳐 계획되어 “쥐도 새도 모르게” 구조조정의 토대는 마련되어 왔다.
즉, 한 축으로는 인력감축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보직․직군통폐합 및 다기능화교육을 통해 일상적인 배치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핵심업무와 주변업무군을 분리하면서 주변업무를 아웃소싱해온 것이다. 그리고 비록 불발탄이었지만 현장운전원 인력감축계획도 동일한 맥락에서 제출되었던 것이다. 또한 다른 한 축으로는 차별․경쟁체제도입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목표관리제․제안제도․품질관리경연대회 등 능력과 성과평가를 위한 기제들을 마련하면서, 사업소별 성과평가를 통한 집단성과급제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5조3교대제 도입시도, 조합원간 분열과 반목을 조장한 5-4직급 등의 문제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주도면밀하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유일한 방안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적극적인 저지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아직도 사업소별로 구조조정의 진행정도와 부분적 양상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남동에서, 중부에서, 혹은 당진에서, 인천에서 진행된 작고 하찮게 보이는 제도의 도입과 변화들은 단지 개별본부․지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동에서 저지당한 발전운전원 인원감축계획은 적어도 한동안은 동서에서도 남부에서도 진행되지 못한다. 또한 이렇게 하나의 구조조정계획이 저지당하면 당분간은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우리를 눈속임하지 않는 한 그 다음단계의 구조조정계획도 진행될 수 없다.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적극적인 저지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현장에서의 변화를 감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한, 또한 집요하게 자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예측하며 공격적으로 저지하지 않는 한, “쥐도 새도 모르게” 구조조정은 완벽하게 발판을 마련하고, 어느새 우리는 절반의 인원으로 두배 세배의 노동을 하면서도 다음단계의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지않기 위해 잠자리에서도 비용절감․노동강도강화를 위한 제안을 웅얼거려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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