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지경부에 고가 도자기 '선물' 배포 사실 밝혀져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해 전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인 서부발전이 고가의 기념품을 제작해 지식경제부 등 유관기관에 제공한 사실이 또다시 밝혀졌다. 더구나 서부발전은 이같은 사실을 국회에 허위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동서발전이 고가의 전자액자를 지경부 공무원들에게 돌리려다 적발된 데 이어 같은 종류의 사건이 또 드러난 것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 도자기 선물 제작해 관련 부처에 배포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인 서부발전이 지난해 8월 고가의 도자기, 다기세트, 주병 등의 기념품을 다량 제작해 지식경제부 등 관련 기관 공무원 등에 제공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지난해 8월 군산복합화력 준공행사를 위해 기념품을 제작했다. 당시 서부발전은 15만원 상당의 주병 500점, 15만원 상당의 '포도문+이라부 다기세트' 200벌, 6~7만원 상당의 '계룡산+진사 부부다완 세트' 300세트 등 총 1억2천여만 원에 달하는 기념품을 납품받았다.
해당 고가 기념품은 준공행사 현장에서 배포되지 않고 다른 경로를 통해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 등에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부발전 관계자는 해당 고가기념품 제작 사실에 대해 "(군산복합화력 발전소)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에서 제작해서 배포했을 것"이라며 "서부발전에서는 고가의 기념품을 제작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해당 기념품의 상자에 '서부발전'이 표시돼 있다고 지적하자 말을 바꿔 "자세한 것은 담당자에게 확인해보겠다"며 "하지만 담당자는 교육중이라 지금 통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계속되는 질문에 "기념품을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 VIP들에게 선물한 것이 뭐가 문제냐"며 반문해 고가 기념품 배포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고가 기념품 제작 사실 허위보고 하기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부발전이 고가 기념품을 제작해 관련 부처에 배포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서발전의 고가 기념품 제작 배포 사건 등 발전 공기업의 비리 사실이 문제가 되자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지난 8월 서부발전 측에 군산복합화력 준공행사 관련 기념품 제작 및 배포 내역을 요구했다.
이에 서부발전은 '총 3,200여만원 가량의 기념타월 3,000 세트를 제작했다'고 지난 8월 9일 해당 의원실에 보고했다. 하지만 해당 보고에 주병, 다기세트 등 고가의 기념품 제작 사실은 누락시켰다.
또한 해당 기념품 일부가 지경부뿐만 아니라 민주당 A의원에게도 전달돼 유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부발전 기념품과 관련된 B씨는 "통상적으로 제작되는 고가의 기념품 수량과 비교해볼 때 제작된 갯수가 많다"며 "제작된 기념품의 모습을 살펴볼 때 다른 용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부발전은 A의원의 지역구에서 행사를 끊임없이 개최했다"면서 "이번에 제작된 선물 중 상당량이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 그의 명의로 전달됐다는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A의원은 "기념품과 관련된 것은 일체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5개 발전 공기업 노조로 구성된 한국발전산업노조 관계자는 “고가의 디지털 액자를 전달하려다 적발된 동서발전, 도자기 세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서부발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뇌물 관행은 발전 공기업들에 광범위하게 관행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발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 관계자는 다른 발전회사들은 더 심하게 하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이러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발전 공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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